누구의 작품이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김장철 배추 속처럼 속이 꽉 찬 소담스런 빨간 색 장미를 등장시킨 월간지 스피커 광고는 꽤나 매혹적이었다. 제품 이미지의 색감이나 조명 또한 매우 잘 연출된 본 광고는 주인공이었던 하베스 HL-5의 판매에 많은 기여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번번히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필자 또한 당시에 이 광고에 도취되어 HL-5를 영입할 뻔 했던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래서 HL-5는 마치 청춘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기억처럼, 광고 속 로맨틱한 장미빛깔로, 필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 특히 설립자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절묘하게 혼합시킨 브랜드명인 ‘Harbeth(Harwood + Elizabeth)’가 선사하는 영국풍의 로맨틱한 이미지 또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소위 BBC 모니터의 혈통은 그 맥박이 상당히 희미한 느낌이다. 마치 계승이 보장되지 않는 무형문화재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과연 전설이 되어가는 분위기이다. BBC 모니터가 민생용으로 상업화를 표방한 시점에서부터 얼핏 자신이 BBC의 계승자라고 하는 주장들은 산발적으로 많아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실체는 선명치 않다. 오히려 직계는 아니지만 ‘유사혈통’ 혹은 ‘부활’쪽으로 포인트를 몰아가는 건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이라 보인다.
여하튼, 필자가 아는 모델명이 ‘LS’로 시작했던 BBC 모니터의 원류에서 선을 그어 내려오다 보면 지금까지 존속하는 세 개의 브랜드에서 멈춰 설 것이다. 바로 KEF, 스펜더, 그리고 하베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BBC 모니터 프로젝트에의 관여도를 따져보면 각기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하베스의 최근 제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이들의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KEF는 스피커 제조사가 아니었으나 처음부터 실질적인 BBC모니터 사운드의 핵을 차지하는 회사였다. 지금도 중고시장에서 끊임없는 표적이 되고 있는 LS3/5A에 사용된 고역 유닛 T27, 중저역 유닛 B100, 그리고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등을 납품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KEF의 존재감이 컸던 것은, 그들이 공급하는 유닛의 스펙이 변경될 때마다 그에 따라 BBC 모니터의 모델명이 변경되어야 했다는 데 있다.
당초 15오옴에 ‘LS3/5’라는 이름을 가졌던 외부전송용 모니터는 KEF의 크로스오버 생산라인 변동에 따라 스펙이 변경되자 11오옴에 LS3/5A(alteration)로 동반해서 변경되었고, 1990년 후반 KEF가 동 유닛 생산을 중단하자 BBC 라이선스 버전 LS3/5A의 제작도 멈춰 섰다. 9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KEF 자신도 LS3/5A의 출시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LS3/5A의 50주년 기념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펜더는 BBC 연구소의 유닛 재질 연구원이던 스펜서 휴즈(Spencer Hughes)가 독자 개발한 소재인 투명한 ‘벡스트렌(Bestrene)’을 미드베이스에 사용하면서 기원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특유의 우유 빛 색감으로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되었던 로저스의 LS5/8의 기원이 되는 본 벡스트렌으로 향후 BBC 라이선스를 통해 스펜더의 처녀작이었던 BC1이 제작되었다.
로저스에서는 본 제품을 LS3/6으로 라이선스 받아 잠시 출시했었지만, 스펜더의 경우 BBC 유닛과는 조금 다른 구성을 하는 관계로 독자적인 타이틀인 BC1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스펜더는 BBC 메인스트림의 맥이 끊기지 않고 최근까지 신제품, 그리고 리메이크 발매가 가장 활발한 회사로 남아 있다.
하베스의 설립자 하우드(Dudley Harwood)의 명성은 오디오파일들이 알고 있는 BBC의 노른 자위인 LS3/5, LS5/8 프로젝트를 주도한 핵심설계자라는 데 있다. 이 점에서 여타의 연구원들이나 콤포넌트 공급자 등과 차별화되는 영역을 갖는다. 그에 힘입어 하베스는 ‘LS’를 붙인 제품들을 90년대 후반까지 가장 장기간 동안 제작해온 최후의 BBC 모니터 제조사로 기록된다. 따라서 하베스는 LS3/5A에서 기원해서 LS5/12에 이르기까지 가장 왕성한 창작욕, 그리고 확장 버전에까지 이어져 있는 BBC의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한 브랜드라 해야 할 것이다.
하베스 설립 10년을 갓 넘긴 1988년 하우드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한 앨런 쇼(Alan Shaw)가 주도한 HL 시리즈는 하베스를 한 차원 격상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단순히 전통의 고수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게 BBC의 전통을 매우 적절히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실, 알란 쇼 라는 인물은 얇은 벽을 가진 인클로저의 울림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던 훌륭한 사운드 엔지니어였다. 그래서 포탄이 터지는 굉음에도 미동도 않는 두텁고 단단한 외벽으로 설계된 스피커들이 무수히 출현하는 동안에도 반듯반듯 각지고 얄팍한 나무결 무늬 스피커로 덩치가 열 배도 넘는 어깨들을 짚고 올라 스테레오파일 A클래스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에 이를 수 있었다. 하베스의 밀레니엄 판 ‘미국 침공’은 사실상 전 라인업에 걸쳐 진행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니 모니터인 P3ESR, 풀레인지 모니터 모니터 40.1, 그리고 사실상 BBC ‘LS’ 시리즈의 밀레니엄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Super HL5 등 제품의 사이즈 및 시리즈 별로 고르게 주도되었다.
하우드의 LS3/5로부터 헤아려보자면 약 6세대에 해당하는 본 제품은 알란 쇼의 80년대말 원형인 HL5를 기반으로 대역을 늘린 업버전 제품이다. 스피커 뒷면 패널에 기록된 대로, 하베스의 창립 35주년 제품으로 마음 먹고 달려들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고유의 RADIAL 재질로 제작된 8인치 우퍼, 1인치 알루미늄 돔을 기본 구성으로 해서 네오디뮴자석으로 드라이버를 설계한 0.5인치 티타늄 수퍼트위터를 올린 구성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트위터와 수퍼 트위터는 모두 덴마크 SEAS제를 사용하고 있다. 사운드의 핵이 되는 RADIAL 재질의 미드베이스는 하단에 약간 더 가깝지만, 수직 높이의 거의 정중앙에 배치하고 그 위로 일정 간격으로 분산되어 트위터와 수퍼트위터를 배치시켰다. 기본적으로 하베스 고유의 베이스 리플렉스 구성으로, 좌우 스피커 모두 우퍼의 오른 쪽 하단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배치하고 있다. 뒷면 패널의 바인딩 포스트는 바이와이어링 대응의 두 쌍으로 금도금 처리되어 있다. 마감은 메이플이 일반적이지만, 체리 버전도 기본 색상으로 출시되어 있다.
유닛보다 앞서 Super HL5(이하 SHL5) 사운드의 키를 쥐고 있는 부분은 역시 ‘얇은 인클로저’의 구성 기술에 있고 BBC 모니터의 전통을 따라 제작되어 있다. SHL5의 전후 패널은 인클로저에서 사실상 분리되어 있다. 유일하게 캐비닛과의 연결고리는 서스펜딩되어 있는 볼트 뿐이다. 하베스가 ‘탄력적 경계면(elastic boundaries; 하베스 특허 Super Tuned Structure)’이라 칭하고 있는 본 설계는 악기수가 늘어나고 다양한 대역을 동시에 재생할 경우에도 컬러레이션이 없도록 했다. 실제로 대음량으로 재생을 한 상태에서 SHL5의 인클로저의 측면과 상단을 만져보면 울림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전면과 후면의 울림은 상대적으로 크게 억제되어 있으며, 그 상태로 시청석에서 모니터를 해보면 음색의 변화나 대역간 간섭은 사실상 없는 독특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발매된 지 20년이 넘은 스테디셀러의 속편, 그것도 상급버전을 만들어 내는 일은, 마치 미완성 교향곡의 3, 4악장을 작곡하는 것과 같은, 그리 시도하고 싶지 않은 부담스러운 작업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35주년 제품이 필요했다면 차라리 산뜻하게 신제품 3웨이를 만드는 일이 더 쉬운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굳이 ‘Super’를 붙인 본 제품으로 기존 제품의 확장을 선택하게 된 건, 35년에 걸친 제품의 흐름을 메커니즘 차원에서도, 사운드적으로도 매우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언제고 알란 쇼를 대면할 기회가 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다). 여하튼 본 제품은 그런 일관된 사운드철학의 이해와 그에 기반하는 자신감의 결합물이라고 파악된다.
필자는 하베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고, 그 이유는 직접 사용해 본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에 크게 기인한다. 이에 따라 시청 곡이 늘어감에 따라 새로운 내용들이 계속 발견되었다. 이전버전인 HL5를 시청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본 SHL5의 중역은 다소 모니터스러운 데가 있다. 울림을 배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운드를 듣기 좋게 만들기 보다는 실제 연주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울러 모니터적이면서도 아주 엷은 층으로 느껴지는 특유의 윤기가 스며들어 있다. 수퍼트위터가 추가되면서 생겨난 앰비언스적 측면도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높은 중역대에서 고역으로 이어지는 매끈하고 광채 나는 음색은 필자로 하여금 나도 모르게 ‘아, 하베스구나…’하는 감탄이 일게 만들어 주었다. 서로 다른 몇 곡을 시청해 본 결과, 사실상 본 제품의 핵심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헨델의 <아리오단테>중에서 비야존이 부르는 ‘Doppo Notte’는 풀레인지에서 들을 수 있는 대단히 안정감 있고 차분한 인테리어를 만들어 낸다. 이런 무대를 배경으로 매우 사실적이고 호소력 짙은 보컬이 분명한 존재감을 갖고 어필해 온다. 발랄하고 명쾌한 사운드를 기조로 해서 유연할 때와 반듯할 때의 구분이 분명하게 표현되어 도취적인 컨셉이 아니면서도 쉽게 음악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사운드를 구분하고 평가하는 일을 잠깐씩 잊고 음악에 빠져들고 있었다.
헤레베헤 지휘 바하의 B단조 미사 12곡 ‘Cum Sancto Spritu’를 들어보면 이런 느낌은 배가된다. 마치 일급수를 떠올리게 하는 맑고 청아한 울림을 뒤로 하고 최고 수준의 포커싱이 곳곳에서 집합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실로 일품이다. 머리 속이 깨끗해지는 선명함과 정밀함이 찰랑거리는 하모닉스 위로 말쑥하게 떠오른다. 프레이징의 입자가 가늘다는 인상이지만 음의 끝이 메마르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다. 한편, 빠른 패시지가 그다지 쾌속으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감지되었는데, 하베스 특유의 울림으로 인한 현상으로 보인다.
헤레베헤 지휘 모차르트 <레퀴엠> 중에서 ‘키리에’를 들어보면 이 장중함 속에서도 두텁고 무거운 앰비언스로 진지함에 호소한다기 보다는 시종 맑고 순수하다는 인상을 준다. 파트별로 비교를 하자면 특히 여성보컬 부분에서 뛰어난 해상도로 입술을 떠난 집합적 울림의 아름다움을 현장에 앉아있는 느낌에 가깝게 선사해준다. 부분적으로 부스팅이 감지될 때가 있는데 과도하지 않고 스피커 주변에만 머무른다는 인상이다. 색채감을 짙게 만든다거나 장식음으로 유려하게 귀를 잡아 끄는 경우가 없는 솔직한 성향이 이 스피커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정명훈 지휘의 <미사탱고> 도입부의 미세한 모래바람 같은 약음 코러스는 SHL5의 위력(사실상 위력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을 실감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종종 해상도가 뛰어난 대역이 넓은 스피커에서 모범적으로 들어온 이 곡의 느낌은 짙은 사막의 모래바람 같은 감촉이었다. SHL5도 같은 반경 내에 있다는 점이 기본적으로 반가웠는데, 이에 더해 낮은 저역을 낱낱이 보여주는 뛰어난 해상도가 이 제품을 새로운 느낌으로 대하게 만들었다. 독창자를 그대로 도려내어 허공에 띄워내는 포커싱이나 상쾌한 현악합주의 터치는 실로 매혹적이다.
한편, 피아노는 다소 이채로운 결과를 보인다.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의 표현이 정교하고 뛰어난 세부묘사에 능한 반면에 길렐스와 같이 파워풀한 피아노의 여운은 강렬하게 표현해주기엔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 소출력 진공관앰프로 시청을 한 경우라서 이 부분이 특히 부각되어 보였는데, 우리가 아는 네임오디오나 사이러스 등의 교과서 같은 조합 정도라면 실제에 가까운 다이나믹스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싶다.
길렐스의 ‘함머클라비어’는 울림의 규모가 다소 작게 만들어진다. 스피커 자체의 울림이 있다 해도 길렐스의 스케일을 표현하는 데는 부족한 느낌이다. 왼손의 터치도 잘 살아나고 에너지의 변화포착도 분명하지만 다만 소출력 진공관앰프가 다소 소극적인 스테이징을 만들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강한 콘트라스트를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음을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이런 느낌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특유의 미학적 상쾌함은 아주 좋다.
필자가 시청하는 몇 가지 곡을 시청해보면 SHL5의 대역은 거의 아쉬움이 없다. 이 사실은 이 스피커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국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역을 제외한다면 어떤 오디오파일들은 빈티지 BBC 모니터를 고집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SHL에서 새롭게 생겨난 덕목과 무관한 유사성향에 대한 과거회귀적 집착이라고 보면 대략 맞을 듯 하다. 하지만, 빈티지 BBC의 한계는 결국 대역에 있어왔다. 그래서 BBC만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영역을 별도의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정답처럼 되어있다.
하지만, SHL5를 유심히 들어본다면 이제는 고생스럽게 BBC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에서 ‘키에프의 문’을 들어보면 파이프 오르간의 낮은 운행을 힘이 실리는 에너지의 변화까지 상당히 선명하게 들려준다. 복잡한 다성화음과 악기수가 최대로 몰리는 구간에서도 높은 대역은 섬세하고 정밀하게 공기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며, 낮은 대역에서의 미세한 움직임은 그루브하게 포착하는 기특함에 스피커의 사이즈를 자꾸 쳐다보게 한다. 쿵 하고 내리 꽂히는 베이스의 다이나믹스 또한 매우 구체적으로 입체감 넘치게 들린다. 이 곡의 시청 내내 필자가 되새기는 생각은 ‘고전 BBC 스피커에는 없는 소리’라는 사실이었다.
이전에 본 제품을 지인의 시청 공간에서 몇 가지 앰프로 시청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받은 인상과 이번 시청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SHL5는 앰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제품이고, 제품의 특성을 부각시켜 줄 앰프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분명히 구분되었다.
SHL5의 저역에 부스팅이 있다고 해서 이를 단정하게 잡으려 달려드는 식의 접근은 기본적으로 패착이고 본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접근이라서 금물이다. 대출력을 들이대어 저역의 해상도를 인위적으로 이끌어내려 한다면 이 제품을 오래지 않아 방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접근은 이 스피커 중고역에 걸쳐 있는 고유의 매끄러운 대역간 연결의 뉘앙스를 거칠게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낮은 대역의 단정함도 결코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높은 대역 쪽으로 갈수록 불필요한 투명함이나 질감 특성이 뛰어난 앰프나 소스기기를 투입하는 일 또한 과도한 한계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SHL5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앰프나 소스기기 스스로 모범적이고 단정한 특성을 가진 제품들이었다. 이에 따라 SHL5는 보급형 앰프로도 파탄이 나는 경우가 적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서려면 오디오파일들이 알고 있는 초고가의 앰프들이 동원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SHL5의 사용자가 되면 오랜 애호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줄 것이라는 점을 경계하고자 한다.
본 제품은 BBC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채로 하이엔드적인 성향을 작위적으로 덧붙이려고 했다거나 하는 제품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다시 말해서 고전적인 뉘앙스와 현대적 하이엔드를 공존시킨 기적의 제품을 기대한다면 다른 제품을 알아보라고 하고 싶다. 그런 경우라면 더욱 제품의 마감이나 디자인에는 부분적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베이스 리플렉스 홀의 원통형 사출물은, 음질적으로 대수롭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지만 말단의 마감처리라든가 모양을 안쪽으로 매립시켜 뭔가 공기역학적으로 고려된 디자인스럽게 만들었더라면 제품을 한층 격상시켰을 거라 보인다. 리플렉스 홀을 좌우 대칭이 아닌 것도 예전부터 뭔가 필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어떻게든 중앙에, 혹은 뒤쪽으로 배치했으면 현실적인 판매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한편으로 이 내용물에 그런 포장까지 했다면 가격이 지금보다 많이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왔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하베스의 제작방식이 그러하다. 천 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모니터 40 같은 제품도 똑 같은 리플렉스 홀 재질과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다. 요컨대 하베스 스타일일 뿐인 것이다. 이런 부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하베스의 주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처음 LS3/5를 대면했을 때, 그 전면 배플 주변을 뒤덮고 있던 스테이플러는 참으로 경악스러웠다. 재밌는 기억이다. 그래서 하베스는 지금도 수많은 팬들을 양산하고 있는 BBC 모니터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나 보다. 이 제품도 언젠가는 전설이 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며, 필자도 이제는 서둘러 체리 마감이라도 구하러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Specification |
Transducer system |
3-way reflex 200mm RADIAL� bass/mid, 25mm tweeter, and 20mm SuperTweeter. |
Freq. response |
40Hz - 24kHz +/-3dB, free space, 1m with grille on, smooth off-axis response. |
Impedance |
6 ohms easy to drive. |
Sensitivity |
86dB/1W/1m |
Amp. suggestion |
Works with a wide range of amplifiers, ideally from 25W/channel. |
Power handling |
150W programme |
Connector |
Four 4mm gold-plated binding posts for wires or plugs (biwireable) |
Dimensions (hxwxd) |
635 x 322 x 300mm (+12mm for grille and binding posts) |
Finish |
Cherry, eucalyptus, rosewood, gun grey, arctic white, jet black |
Weight |
15.8kg each, unpacked |
Harbeth Super HL5 |
수입사 |
(주)다웅 |
수입사 연락처 |
02-587-7300 |
수입사 홈페이지 |
www.audiolan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