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파리에 입국할 때의 일이다. 한 가지 놀란 것은, 입국시 일체의 질문이나 검색이 없이, 힐끔 보자마자 도장을 쾅 찍어줬다는 점이다. 아니, 아예 내 얼굴조차 보지 않은 듯하다. 세상에 무슨 입국 절차가 이렇게 간단하단 말인가?
일단 편하게 커스텀을 통과하긴 했지만,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 많은 나라를 방문하면서 이런 간략한 통과를 경험한 것은 홍콩에서 마카오에 가는 정도였다. 하긴 마카오라면 도박으로 먹고 사는 곳인 만큼, 굳이 방문객을 홀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박은 극력 사양하지만 말이다.
한데 파리는 어엿한 유럽의 중심이고, 프랑스의 수도이면서 세계 최고의 관광객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그러고 보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은근히 짜증이 난다. 수많은 짐 검사에 무게 검사, 신분증 요구, 자리 체크 등 그 프로세스가 길고, 지루하며, 지치게 한다. 예전에는 출발 두 시간 전에 공항에 가면 되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세 시간 전에 가도 타이트할 정도다.
YBA의 제품을 만나면서 이런 경험이 떠오른 것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해서다. “우리 제품을 알고 흥미를 느낄 정도면 어지간한 고수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구매해서 즐겨도 될 것같습니다. 자, 한번 들어보세요.”
실제로 이 회사의 모토는 테크놀로지가 무척 중요하긴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참 미묘한 이야기지만, 엄밀히 말하면 맞는다고 본다. 우리가 왜 오디오를 사냐?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또 즐기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니 복잡한 입국 절차는 생략하고, 에펠탑과 개선문을 곧장 가십시오, 하는 느낌으로 바로 전원 버튼을 누르고, 소스기의 플레이 동작을 지시하면 된다. 그뿐이다.
여기서 회사명 YBA가 대체 뭔가 잠깐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이 또한 간략한 입국 절차만큼이나 심플하다. 바로 창업자의 이니셜에서 따온 것이다. 쉽게 말해 JBL을 떠올리면 된다. 그럼 무슨 이름일까? 바로 “이브 베르나르 앙드레”(Yves Bernard Andre)이다. 원래 전자공학 교수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취미로 만들던 오디오를 본격화해서 1981년에 창업했다. YBA가 처음 나왔을 당시오디오 업계에선 꽤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오디오, 특히 앰프의 경우, 영미의 입김이 압도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티피컬한 프렌치 감성으로 만든 제품이라? 프랑스에도 앰프가 있나? 아무튼 신기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좀 더 엄밀히 이야기하면, 요즘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스위스와 프랑스의 오디오 열풍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로 YBA의 창업 이념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처음부터 간단하면서 효율적인 회로 구성을 설계했고, 열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주목을 했으며, 대용량의 트랜스를 투입해서 전원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거나, 부품과 TR의 개수는 줄이되 최대한 성능이 좋은 것을 투자하는 식의 발상이 그것이다. 아마 프랑스 오디오사를 짚어 나간다면, YBA의 선각자와 같은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후대에 큰 영향을 발휘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YBA는 2010년을 전후해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외부의 거대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보다 완벽한 설계와 제조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당연히 많은 물량도 소화하게 되었다. 사실 2009년부터 본격화 된 자금 유입에 따라 창업자인 앙드레씨는 은퇴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완벽한 제조 환경이 구축된 마당에 마지막으로 그간 꿈꿔왔던 포부를 펼쳐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은퇴가 유보되었고, 지금도 현역으로 신제품의 개발에 열심이라고 한다.
한동안의 휴식기 끝에 뉴 YBA가 출범한 것은 2012년이다. 본격적인 R&D 팀과 마케팅 인력을 구축해서, 야심만만하게 무려 4개의 시리즈를 런칭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라인 업은 이번에 만난 YBA Design 시리즈로 시작해서, 헤리티지, 패션 그리고 시그너처로 구성되었다. 이 후 2013년에 헤리티지와 패션 사이에 제네시스라는 시리즈를 하나 더 추가하면서 총 5개의 라인 업이 이뤄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과거 인티 앰프 위주의 소극적인 전법에서 벗어나 보다 사이즈가 크고, 출력이 높으며, 뛰어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제품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라 본다. 단, 디자인 시리즈만큼은 예전의 미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사실 각종 부품이며 트랜스, 케이블 등을 프랑스 자체에서 조달한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만난 두 개의 기종은 가격적인 메리트가 상당하다고 하겠다. 또한, 이와 짝을 이루는 프랑스 스피커 메이커도 최근에 여러가지로 국내에 런칭 된 만큼, 이와 관련된 매칭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바야흐로 오디오계에 프렌치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지 않을까하는 기분 좋은 추측도 해본다. 아마 개인적으로 전세계 수많은 도시 중에 파리를 제일로 좋아하는 취향이 YBA의 제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만난 것은 YBA 앰프와 DAC로, 우선 소개할 것은 YBA WA 202이다. 이 제품의 컨셉은 좀 의외다. 본격적인 튜너가 달린 일종의 리시버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요즘에도 리시버가 있냐 싶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아직도 라디오를 듣는 분들이 많다. 다양한 음악 방송도 있고, 스포츠 중계도 심심치 않게 한다. 우리가 빠른 시간에 오디오를 접고, 라디오를 버리고, 해드폰과 스마트폰으로 달려간 사이, 아직도 이들 나라는 고전적인 형태의 음악 감상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이 오히려 우리에겐 신선하게 다가온다.
튜너를 살펴보면, FM 40개, AM 40개의 총 80개 프리셋이 가능하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환경에선 과잉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충분히 활용할 만한 숫자라 하겠다.
한편 앰프를 보면, 8오옴에 50W의 출력을 제공하고 있다. 단, 가격적인 면을 고려해서 물량투입을 하지 않은 대신, 동사만의 핵심 기술력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서, 상당히 만족스런 음질을 구현하고 있다. 4개의 아날로그 인풋은 무척 요긴하다고 보고, 별도의 프리 아웃단이 있어서 보다 큰 출력의 파워를 붙일 수도 있다. 단, 전원부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아 EI 코어 타입으로 해서 160VA급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스펙에 기재된 출력보다 더 강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자랑한다.
이어서 YBA WD 202라 명명된 DAC를 보자. 최신 기술력이 아낌없이 투입되면서도 군데군데 적절한 원가 절감을 통해 적절하게 슬림한 사이즈를 유지한 점이 돋보인다. 총 다섯 개의디지털 인풋 중 USB가 제공되는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자. 이것은 이른바 피씨 파이를 위한 선물이라 할 수 있는 바, 단순히 PC에서 출력된 오디오 신호를 컨트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즉, PC 내의 오디오 아웃풋의 동작을 중지시키고, 본 기가 처음부터 게재하는 식이다. 그러므로 음성 신호의 순수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PC의 경우, 드라이버의 설치가 필요로 하지만, 그 방식이 무척 간단하므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편 맥의 경우엔 그냥 연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번 시청에서는 맥북 에어로 그 장점을 체크해봤다. 이른바 맥 파이로 들은 셈이다.
한편 디지털 인풋은 그 외에 옵티컬, 동축, AES/EBU 등이 제공되며, 특이하게 별도로 아이팟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여러 대의 아이팟에 음원을 담아놓고 있기 때문에 특히 신경이 쓰였다. 디지털 아웃풋은 금도금한 RCA 동축이 제공되며, 아날로그 아웃풋은 RCA와 XLR 모두 가능하다다. 입력되는 신호는 모두 24bit/192kHz로 업샘플링되어 출력되며, DAC 칩은 정평있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PCM 1796이 사용되었다. 여기에 동사의 오랜 내공이 발휘된 파인 튜닝이 실시되어, 풍부하고 자연스런 음질을 이끌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사에서는 같은 모델명의 CDP가 별도로 발매되고 있고, 특히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산요제 HD 850이라는 오디오 전문용을 투입한 만큼, 풍부한 CD 라이브러리를 갖춘 애호가들이라면 구입을 한번 고려해볼 만도 하다.
본 세트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Monitor Audio의 최신작 GOLD 300을 사용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안네 조피 무터(바이올린)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 《You Look Good to Me》
-제니퍼 원스 《Somewhere, Somebody》
-김광석 《서른 즈음에》
Anne Sophie Mutter - Zigeunerweisen
Sarasate: Zigeunerweisen
첫 곡으로 들은 무터의 연주는 사실 이 가격대의 앰프와 DAC로 상상하기 힘든 퀄리티가 나온다. 반응이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상큼하다. 과연 프렌치 혈통이구나. 특히, 제네바 지역에 기반한 고가의 하이엔드 메이커들과 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놀랐다. 확실히 오디오에는 지역색이나 특별한 전통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일단 미는 힘이 양호하다. 50W의 출력으로는 이례적으로 전대역이 풍부하게 재현되고 있다. 물론 강력하게 바닥을 치는 저역까지 바랄 수는 없지만, 이런 고품위하고 질감이 뛰어난 음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바이올린으로 말하면, 결이 자연스럽고, 유연해서 무터의 여성적인 면을 잘 살리고 있다. 비장한 기운을 연출하는 오케스트라의 모습도 꽤 만족스럽다. 최소한의 투자로 음의 핵심을 짚었다고 할까?
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Good To Me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음을 들으면, 확실히 저역을 강력하게 구동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 영롱한 피아노의 울림과 드럼의 디테일한 묘사는, 어지간한 하이엔드 못지 않다. 본 세트를 “푸어맨스 하이엔드”(Poorman's High End)라 칭하고 싶은데, 그 정도로 질감과 묘사력이 수준급이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쉬 웍,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흥얼거리는 연주자의 모습, 차분하면서 힘이 넘치는 타건 등, 본 트랙의 장점이 골고루, 기분 좋게 전달되고 있다.
Jennifer Warnes - Somewhere, Somebody
Jennifer Warnes - The Hunter
이어서 제니퍼 원스의 곡을 들으면, 본 세트의 분석력이나 실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실감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더블 베이스 하나의 반주에 양쪽 채널로 나뉜 각종 퍼커션의 음향이 리드미컬하게 깔린 가운데, 중앙에 원스를 비롯한 여러 코러스가 떠오르는 형식이다. 한데 중앙을 강력하게 점한 원스의 존재감은 그렇다 치고, 가끔씩 출현하는 백 코러스의 위치나 높이가 제각각이다. 스튜디오에서 의도한 바대로 정교한 3D 이미지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스와 백 보컬 사이의 거리감도 충분히 파악되어, 그 깊이라는 점에서 정말 놀라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듣는다. 사실 라이브 녹음으로, 녹음 자체는 정교한 맛은 없지만, 대신 김광석의 처연하면서 슬픈 감성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하냐는 짚고 넘어갈 포인트다. 그런데 그 재생에서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천천히 아르페지오로 전개되는 기타 반주 위로 노래가 흘러나올 때, 더 이상 분석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이제 소파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된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이런 상실감과 슬픔.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이종학 (Johnny Lee)
Specification |
Design WA202 |
Output |
Stereo receiver 50W/8Ω |
S/N |
>90dB |
Frequency response |
20 Hz - 20 kHz |
THD & N (20Hz-20kHz) |
<0.01% |
Tuner |
AM/FM with RDS |
Tuner Presets |
40 AM / 40 FM |
Inputs |
4 RCA |
Pre-out |
Yes (RCA) |
Outputs |
1 Pair of speakers |
USB connection |
Type B, 5V, 600 mA maximum |
Power supply |
Linear power supply with high performance type El transformer 160VA |
Custom Installation |
IR in / IR out |
Remote control |
Yes |
Dimensions w x d x h |
320 mm x 280 mm x 110 mm |
Weight |
6.7 kg |
Design WD202 |
D/A Converter |
Texas Instruments PCM1796 Asynchronous
USB up to 24 Bit 192 kHz |
Digital input word length |
16, 18, 20 or 24 bits |
Digital input frequency |
32 kHz, 44.1 kHz, 48 kHz, 88.2 kHz, 96 kHz, 192 kHz |
Performance |
High performance fixed 24 bit/192 kHz
upsampling and conversion. Ultra high precision
re-clocking for virtually jitter free function |
SNR |
-120dB (XLR) / -117dB RCA |
THD & N (20 Hz - 20 kHz) |
<0.001% |
Frequency response |
20 Hz - 20 kHz |
Output level RCA |
Variable, up to 2V |
Output level XLR |
Variable, up to 4V (2V per phase) |
Inputs |
USB, Coaxial, S/PDIF, AES/EBU and iPod |
Outputs |
RCA, XLR
Headphone (jack type 1/4” 6.3mm connector) |
Output level |
Variable (0-2 Vrms RCA - 0-4 Vrms XLR) |
Digital bypass |
Yes - Coaxial |
Remote control |
Yes |
Finish |
Black |
Dimensions w x d x h |
320 mm x 280 mm x 62 mm |
Weight |
3.5kg |
WA202 & WD202 |
수입사 |
다웅 |
수입사 연락처 |
02-597-4100 |
수입사 홈페이지 |
www.audiolan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