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컬, 카바세, 트라이앵글, 엘립송, 자디스, 아톨, 오디오에어로…. 이들의 공통점은 프랑스 브랜드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같은 오디오의 초강국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분명 그들만의 확고한 컬러와 지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 오디오는 화려하다. 굳이 가격대가 높지 않더라도 프랑스 제품들은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고음역과 폭넓은 개방감을 자랑한다.
하지만 어드밴스 어쿠스틱은 가는 길이 조금 다르다. 1995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설립된 이 브랜드는 ‘Simple & Audacious(대담한)’를 모토로, 합리적인 가격과 흠 잡을 데 없는 음악성의 양립을 추구해왔다. 음색 성향 역시 투명한 중고음역과는 적잖이 거리가 있었으며, 다분히 힘이 넘치면서도 남성적인 터프함과 에너지가 두드러졌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어드밴스 어쿠스틱이 토털 브랜드라는 점인데, 이들은 라우드스피커로 성공을 거둔 뒤 인티 앰프, CD 플레이어, 프리/파워 앰프를 차례로 출시해왔다. 지금은 튜너, DAC, 블루투스 리시버, 케이블 등 오디오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이는 어드밴스 어쿠스틱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정력적인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C-Fi와 Net-Fi가 새로운 트렌드로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현재 CD 플레이어는 그 존재감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MCD-204는 여전히 CD를 즐겨듣는 유저라면 눈여겨봐야 할 제품이다. MCD-204는 일단 가격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 구성과 만듦새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
MCD-204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192kHz/24bit DAC 2개를 채용했다. 물론 MCD-204는 부가적인 업샘플링을 지원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음악 데이터는 44.1kHz/16bit로 출력되지만, 이는 해상도 향상에 플러스알파가 된다. 또 여타 플레이어들은 심플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의 출력단 회로를 통해 외부로 신호를 내보내는 반면, MCD-204는 소신호 증폭용 진공관인 112AV7로 회로를 설계했다. 유니크하면서도 매우 오디오파일적인 발상이다.
만듦새도 상당히 탄탄하다. 블랙과 실버가 조합된 전면 패널은 어드밴스 어쿠스틱 고유의 디자인. 이는 외적으로 고급스럽고 진취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섀시를 파트별로 나누어서 설계한 것은 각기 다른 동작을 하는 블럭들을 보다 확실하게 격리시키려는 의도이기도 하며, 결과적으로 이는 제품 내부의 간섭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 더불어 각 부품은 플로팅 형태로 이중 프레임에 고정, 재생 중 진동을 억제했다. 전원부에서는 토로이덜 트랜스포머가 다중 정류 처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후면 단자부도 가격대를 넘어서는 구성. 코액셜, 옵티컬, AES-EBU의 디지털 출력단이 준비돼 있으며, 아날로그 출력단 역시 싱글엔디드와 밸런스트 두 가지가 제공된다. 알루미늄 소재의 리모컨도 MCD-204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다. 한편 기능적으로 MCD-204는 CD 외에 CD-R, MP3 CD, HDCD의 재생이 가능하다.
풍부한 정보량과 온기 있는 음색
제품에 대한 소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가 보자. 진공관을 사용한 모델답게 MCD-204는 전원을 켠 뒤 잠시 기다려야 한다. 여기에는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흥미롭게도 MCD-204는 전면의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 작지만 세심한 배려라 할 만하다. 또 기기를 오랫동안 켜두면 스스로 전원을 OFF시키는 영리한 에코 기능도 갖고 있다.
무릇 이상적인 오디오 시스템은 재생하는 음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그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각 악기의 음색과 질감, 속도, 앰비언스 등을 디테일하게 표현함으로써 녹음에 담긴 음악의 주제와 감동을 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적잖이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엄밀히 말해 이런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가격대가 낮아질수록 그 숫자는 더더욱 적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MCD-204는 대체로 성공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MCD-204의 음질적인 장점은 풍부한 정보량이다. 소스 기기를 논할 때 정보량이란 부분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요소인데, 소스 기기에서 전달하는 정보량이 부족할 경우 아무리 좋은 앰프, 스피커와 매칭하더라도 최종적인 소리는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MCD-204는 어떤 장르에서든 충만하고 두께감 있는 소리를 구현한다. 이렇다 보니 질감 표현력도 자연스럽게 합격점을 주게 된다.
따뜻한 음색은 MCD-204가 지닌 또 하나의 메리트다. 명쾌한 해상력이 현대 오디오의 최우선적인 조건이 되면서 생긴 부작용 중 하나는 이를 추구하다가 선을 넘어 거칠고 자극적인 쪽으로 가버린 제품들이 종종 있다는 것. MCD-204는 진공관을 채용한 제품답게 온기가 있으면서도 개방적이고 깨끗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고음역에서의 롤오프,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음의 에지감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MCD-204의 약점은 타이밍, 즉 속도다. 강력하게 몰아치는 메탈리카의 ‘Fuel’이나 현란한 전자음이 작렬하는 프로디지의 ‘Smack My Bitch Up’에서 MCD-204는 민첩하게 음을 제어하는 다이내믹함을 보이진 못한다. 심장이 멎을 듯한 압도감을 선사하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Ritardando... Maestoso’의 경우에도 MCD-204는 다소 느릿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는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하긴 힘들며, 힘이 넘치고 적극적인 성향을 지닌 앰프, 스피커와 조합하면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하다.
놀라울 정도의 코스트 퍼포먼스
전술했듯이 PC-Fi와 Net-Fi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SACD를 재생하지 못하는 일반 CD 플레이어는 점점 그 입지가 협소해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DVD 플레이어가 이미 그 과정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PC-Fi와 Net-Fi는 현재로선 모두를 위한 시스템은 아니다. PC와 네트워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며, 소스 활용과 관련해서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
여전히 음반을 구입해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게 편하고 SACD가 아닌 레드북 CD만으로도 음질적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면, 하이엔드를 추구하기보단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 어드밴스 어쿠스틱의 MCD-204는 머릿속에 각인시켜도 좋을 만한 모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어드밴스 어쿠스틱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앞으로 어떤 제품들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할 생각이다.
Specifications
PRODUCT MCD-204
BRAND Advance Acoustic
TYPE CD Player
PRICE 1,200,000원
OUT LEVEL (Unbalanced / Balanced) 0~1.8V
FREQUENCY RESPONSE (-3dB) 10Hz~50kHz
S/N RATIO ≥ 80dB
CHANNEL SEPARATION ≥ 80dB
D/A CONVERTER 192kHz/24bit
P.CONSUMPTION STAND BY < 1W
P.CONSUMPTION S.BY ON 23W
P.CONSUMPTION MAX ≤ 30W
DIMENSIONS W440×H120×D360mm
WEIGHT 8kg
CONTACT (주)다웅 02-587-7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