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컴퍼니"
90년대를 지나 현재까지 케이블의 역사만 논한다고 해도 사전만한 두꺼운 책 한 권을 나올법한 스토리가 있다. 사실 현재 하이파이 케이블은 거의 팽창이 끝난 상태라고 봐도 옳다. 물론 디지털 케이블은 계속해서 진화중이지만 라인 레벨 신호를 전송하는 케이블은 이미 매우 다양한 케이블이 개발되었고 시도될만한 것이 이제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를 부추긴 곳은 물론 광대역의 초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다. 자의든 타의든 작금의 광대역 스피커들은 저역의 경우 20Hz 이하, 고역의 경우 최대 40kHz 이상까지도 재생한다. 이에 따라 소스기기와 앰프 및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에서도 애초에 상상하지도 않았던 재생 대역까지 신경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초하이엔드 행진 속에서도 영국의 케이블 시장은 차분하다. 과거부터 매우 실용적이며 실제로 사용할 일이 별로 많지 않은 대역이나 겉치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메이커들이 많았다. 물론 어느 분야나 예외는 있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메이커들 중 초하이엔드 케이블 대신 자사의 케이블을 추천한다. 린도 마찬가지로 트라이와이어링, 멀티 앰핑 등을 위해 필요한 케이블을 직접 만들어 공급하기도 한다. 그 중 네임오디오가 선택한 케이블이 바로 코드 컴퍼니다.
1985년 샐리 케네디(Sally Kennedy)가 설립한 코드 컴퍼니는 현재처럼 케이블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던 시절은 아니었고 운 좋게 네임오디오에 사용할 케이블 OEM을 맡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급속도로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더 고급 케이블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 전도성이 더 뛰어난 도체, 더 완벽한 절연과 차폐, 더 음악적인 표현력 등 케이블에 대한 요구사항은 스피커나 앰프, 소스기기만큼이나 다양해지면서 동시에 수요는 풍선처럼 팽창했다.
"플래그십 SARUM"
코드 컴퍼니의 SARUM 스피커 케이블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결코 이 케이블을 만든 주인공이 코드 컴퍼니일꺼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와 - 신호를 별도의 피복으로 감싸 만든 두 개 케이블이 꼬임 방식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에서는 마치 아르젠토가 연상된다. 하이엔드 케이블과는 거리가 멀었던 영국, 그 중에서도 코드 컴퍼니가 이런 케이블을 만들었던 건 시대의 요구였으리라. 코드 컴퍼니는 와이어월드, 오디오퀘스트 또는 애널리시스 플러스처럼 대량생산 공정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케이블을 만든다. 하지만 이 정도 가격대의 케이블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그런 면에서 SARUM을 만들 당시 코드 컴퍼니는 아마도 자사의 기술과 음질적인 퍼포먼스를 설명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상징적인 모델을 생산 목표로 삼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초고가 케이블이 더 이상 미친 짓이 아닌 현재 SARUM 은 단지 상징적 존재를 넘어 팔리는 케이블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그런 데에는 자신감 넘치는 설계가 자리하고 있다.
"도체 & 지오메트리"
분명히 두 줄의 케이블이 똬리를 틀고 서로 꼬여있다. 피복이 완전히 분리된 두 조의 케이블이다. 그러나 바이와이어링이나 더블 런 케이블이 아니다. 이것은 명백히 싱글 와이어링 케이블이고 한 줄의 케이블에 단 하나의 단자만 터미네이션되어 있다. 새하얀 케이블 피복은 부드럽지만 케이블 자체는 약간 뻣뻣한 편이다. 게다가 중, 저가의 코드 컴퍼니 제품만 접했던 나에게 터미네이션 단자는 매우 화려하기 그지없다. WBT 특주, 일명 권총 바나나 단자가 확실하다.
도체는 10게이지 굵기의 은도금 동선으로 이 도체 여러 가닥을 꼬아서 총 두 가닥의 컨덕터를 만들었다. 절연 소재는 공기와 PTFE, 코드 컴퍼니에서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불소수지로 유명한 일명 테프론 소재를 사용했다. 여러 고순도 동선 도체의 표면을 독자적으로 세밀하게 가공한 후 공기와 테프론을 절연체로 사용 매우 빠르고 왜곡 없는 신호 전송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쉴딩 구조로 파워케이블, 인터케이블 SARUM 과 함께 스피커케이블에서도 독특한 쉴딩 구조를 마련했다. 매우 두터운 포일을 사용해 두 겹의 쉴딩을 만들어놓은 형태다. 이는 고조파 노이즈가 신호 전송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 케이블은 +와 -신호를 제각각 담당하며 물론 도체, 쉴딩, 피복까지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또한 두 가닥 케이블은 코드 컴퍼니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꼬임 횟수로 꼬여있다. 앰프와 스피커 양 쪽 방향의 종단으로 가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멋진 클램프가 가로막고 있고 이 지점부터는 외부 재킷이 벗겨져 있어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이 클램프는 두 가닥의 케이블이 분리되어 지나치게 꼬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강력하게 잡아준다.
"셋업"
코드 컴퍼니 SARUM 스피커 케이블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단자를 뒤덮고 있는 하얀색 튜브에는 신호의 흐름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표기되어 있으니 반드시 화살표가 스피커를 향하도록 설치해야한다. 터미네이션에 사용된 단자는 양 쪽 모두 권총 모양의 바나나 단자로 마치 킴버의 모노클이나 셀렉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한다. 무엇보다 결속력이 관건인데 내가 운용 중인 다인 컨피던스 C4 또는 모니터 북셀프 KEF LS50 등 모두에 매우 탁월한 결속력을 보여주었다.
테스트에 사용한 시스템은 C4 와 LS50 스피커 그리고 플리니우스 분리형 앰프 그리고 캐리의 유일한 300B 인티앰프인 300SEI 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소스기기로는 심오디오 380D DSD (+MiND) 버전과 파이오니아 N-70A를 사용해 다방면으로 테스트했다
"관습을 허물다"
Cécile McLorin Salvant - I didn't know what time it was
봉인을 푼 SARUM 의 퍼포먼스는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SARUM 은 더 이상 내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코드 컴퍼니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 당황스러웠다. 우선 세실 맥로린 살반트의 ‘I Didn't Know What Time It Was’를 들어보면 보컬의 중역 대역이 전면적으로 매우 부드럽고 곱다. 마치 잘 개어놓은 순면처럼 포근하다. 디테일이 매우 높으면서도 거칠거나 흩날리는 등의 버릇이 전혀 없다.
높은 디테일의 중역대역 덕분에 보컬의 표정, 늬앙스, 목청의 울림까지도 매우 생생하며 유연하게 펼쳐진다. 기존에 들었던 코드 컴퍼니 포함 어떤 영국 케이블과도 다르다. 대역 밸런스는 어둡거나 너무 밝게 탈색된 소리도 아니며 중립적인 편이지만 약간은 화사한 쪽에 가깝다.
Alice Sara Ott & Francesco Tristano - A Soft shell groove
종종 케이블이 음정을 아주 미세하게 건드리는 일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케이블이 재생음의 본질의 왜곡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다. 나는 종종 제품에 동봉되는 번들 케이블을 사용해 밸런스를 테스트하곤 하는데 밸런스, 음정 면에서는 오히려 번들케이블이 일부 하이엔드 케이블도 그렇다. 물론 더 나은 경우가 포착되기도 한다.
SARUM 의 경우 피아노 음정의 왜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매우 정확하다. 예를 들어 앨리스 사라 오트의 ‘A soft shell groove’를 들어보면 대역 간 구분이 명확하면서도 이음매가 자연스럽다. 광대역 스피커를 매칭한 경우엔 대역이 매우 넓다고는 할 수 없다. 대신 고역은 매우 매끄럽게 찰랑거리며 중역 대역의 디테일이 특히 뛰어나며 소리 표면은 말랑말랑해 피곤함을 전혀 유발하지 않는다. 오디오퀘스트에 실텍의 질감은 약간 얹은 듯한 느낌이 잠시 귓가를 스쳤다 사라진다.
Rachel Podger - Antonio Vivaldi, 12 Concertos for Violin
케이블로 인해 스피커를 너무 움켜쥐게 되면 무대가 뒤로 물러나며 귓가에 소근대듯 소심한 소리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앞으로 풀어내면 잔향은 풍부해질지 모르지만 산만해지기 일쑤고 저역은 혼탁해지기 마련이다.
SARUM 의 무대는 중간 선에 위치한다. 예를 들어 레이첼 포저의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을 때 SARUM 으로 인한 특징은 약간 화사하고 해맑은 중, 고역 톤이 매력적이다. 봄날에 피어나는 꽃처럼 아롱아롱 피아나는 듯한 소리들이 공간에 뿌려진다. 절대 건조하지 않고 촉촉한 윤기가 흘러 바이올린은 더욱 자연스럽고 유려하다. 이미 은도금 동선의 한계는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위플래시 사운드트랙 중 동명 타이틀 곡은 리듬 파트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관찰된다. 매우 역동적인 리듬 섹션의 움직임은 힘차고 당당하다. 이런 리듬, 페이스와 대역간 완벽한 일체감은 네임오디오와 최대공약수로서 코드 컴퍼니의 모든 케이블에서 발견되는 DNA 다.
특히 낮은 중역대와 높은 저역 사이 구간 그리고 그 이하 대역과의 속도차가 없고 매우 긴밀하며 짜임새 있는 리듬감을 보여준다. 저역은 심하게 단속하지 않는 편이지만 뚜렷한 초저역까지 늘어지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해준다.
Klaus Tennstedt, London Phil. - Mahler Symphony No.8
텐슈테트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의 말러 8번 중 ‘Part 1- Veni, Creator Spiritus’를 들어보면 무대 저 깊은 후면에서 일제히 뛰쳐나오는 총주, 그리고 합창의 레이어링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속도감 있는 악기의 움직임은 물론 각 악기의 음색, 표정, 밀도, 질감의 구분이 정교하다. 사실 질감의 구분이 케이블로 인해 왜곡될 여지는 매우 많다.
하지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등 대편성 레코딩에서도 그들의 엔트리급 케이블에서 발견되는 나쁜 버릇이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SARUM 은 코드 컴퍼니의 중, 저가 케이블에서는 거의 두드러지지 않았던 입체감까지 크게 상승한다. 각 대역별로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음의 알갱이들이 일제히 올라오는 듯하다. 악기 간 음색, 대역 구분, 시간차에 따른 원근감 표현 외에 포커싱 또한 동시에 상승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총평"
이번 SARUM 테스트는 일반적으로 코드 컴퍼니에서 일관적으로 느꼈던 선입견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되는 기회가 되었다. 구형 코드 컴퍼니 엔트리급에서 좁은 무대, 협대역에 종종 은도금의 엷은 컨트라스트가 나쁜 버릇으로 기억에 남았다. 때로는 리듬감만 살린 채 건조한 음색은 네임오디오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종종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SARUM 은 그런 단점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음악성이라는 면에서 매우 두드러지는 뮤지컬리티는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코드 컴퍼니에서 이렇게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나 횡재인가 생각한 순간 해외 가격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꽤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드디어 봉인을 푼 SARUM 은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선입견 안에 갖혀 있던 코드 컴퍼니의 관습을 완전히 허물고 있었다.
-Written by.코난-
Specification |
Conductors |
2 x 10 AWG multi-strand silver-plated oxygen free copper |
Configuration |
Individually shielded twisted pair configuration |
Insulation |
Air spaced PTFE (Polytetrafluoroethylene) |
Shielding |
Dual layer, high frequency effective braid and heavy gauge foil |
Jacket |
PTFE and white braid |
Diameter |
2 x 12mm |
Colour |
White |
Terminations |
Chord 24 karat gold-plated banana plugs, direct gold-plated copper spade connectors and BFA Camcon connectors |
CHORD Company SARUM Speaker Cable |
수입사 |
다웅 |
수입사 연락처 |
02-597-4100 |
수입사 홈페이지 |
www.audiolan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