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arbeth Compact7ES-3
하베스 가지고 있으면 호구 인증 하는건가요? Polk Audio 와 비교 청음 후기
국내 모 사이트의 게시판에 '하베스 가지고 있으면 호구 인증 하는건가??' 라는 글이 올라왔다.
본문의 주된 내용은, 하베스의 스피커를 P3ESR 이나 HL5, Compact7 등을 비교해 보고 Compact7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사용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던 폴크오디오를 꺼내서 지인들과 함께 비교 청음을 해보니 폴크오디오의 음이 더 선명해서 하베스보다 더 낫더라는 내용이다.
폴크오디오는 하베스에 비하면 3분의 1이 안되는 가격의 스피커이며, 비교 청음을 한 지인들까지도 생각이 같았다는 내용이다. 심지어는 오랫동안 하베스가 좋은줄 알고 사용했지만 자기도 이러한 음질의 차이(하베스가 마치 별로인 것 같다는)에 놀랐다는 내용이다.
마치 제목과 내용을 보자면, 훨씬 더 저렴한 폴크오디오가 음질이 더 좋은데 괜히 비싼 하베스를 가지고 있으면 호구가 되는 것이냐?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한식이 좋을 수도 있고 중식이 좋을 수도 있고 일식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것은 지극히 문제될 것이 없는 개인의 취향이다. 개인적으로 듣기에는 하베스보다 폴크오디오가 더 낫게 들린다고 이야기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말 자체를 가지고 크게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공개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그에 대한 다른 생각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글을 쓴 작성자는 하베스보다 폴크오디오가 더 좋게 들린다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더 선명하게 들린다는 이유가 가장 대표적이고, 무대감, 중저음의 밀도감, 리듬, 스피드, 화음과 여운, 밸런스까지 폴크오디오가 더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상당히 상세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교 청음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폴크오디오가 훨씬 좋다고 하였으며, 폴크오디오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되어 밝혔다.
글만을 봐서는 정말로 폴크오디오의 음질이 굉장히 마음에 드셨다는 내용이며, 하베스 Compact7보다도 압도적으로 더 좋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비교 청음회에 참석한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하니 300만원이 넘는 하베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글을 쓰신 분께서 폴크오디오가 더 좋게 들렸다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에서 정말로 그런지 어떤지를 떠나서 최소한 그분의 취향상으로는 그분께는 하베스보다는 폴크오디오 같은 음질이 더 어울렸다고 마음에 드셨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다만, 폴크오디오는 워낙 AV용 스피커에 대한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AV용으로 많이 판매되는 스피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좀 더 밝고 선명한 음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탈시켜서 개방적으로 내는 스피커이며, 하베스는 그러한 선명함이나 개방감이나 일종의 호전적이고 적극적으로 외향적인 음질을 목표로 만들어진 스피커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베스 스피커에 대한 심각한 오해

▲ 한국에선 유독 "우드"로 마감된, 소위 빈티지스러운 디자인의 스피커를 좋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스피커를 구입하고 나서 그 스피커는 모든 특성이 다 좋을 것이라고 자기 스스로를 세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모든 스피커의 디자인은 하베스나 탄노이 프레스티지 시리즈처럼 클래시컬하게 생겨야 좋은 스피커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많다. 사실 엄밀하게는 이렇게 네모 반듯한 디자인에 나무를 붙여서 만든 스피커가 제작비는 제일 적게 드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디자인에 대한 로망을 갖고 스피커를 구입했다가 지극히 디자인에 어울리는 클래시컬한 음색 성향에 실망해서 해당 스피커의 품질 자체까지 평가절하하거나, 이런 스피커인줄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동남 아시아 여행을 가서 여기는 왜 이렇게 덥냐고 불평을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남아시아가 시원한줄 알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알고 갔으면 불평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불평을 할거면 안가면 되는 것이니까..)
하베스 스피커에 실망하는 2가지 경우

▲ 이미지출처 : SPITFIRE AUDIO Harbeth Loudspeakers Factory visitor
아마도 하베스 스피커를 구입했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2가지 경우라고 생각된다.
첫째는, 디자인이나 브랜드 네임 밸류, 묻지마 추천을 보고 구입했다가 음질이 취향과 달라서 실망하는 경우..
둘째는, 정말로 좋은 음질을 만들 수 있는 스피커이지만, 매칭과 세팅을 잘못해서 충분히 좋은 음질을 만들 수 있음에도 좋지 않은 음질을 들으면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베스는 객관적인 검증이 있어서는 수십년을 걸쳐서 검증이 끝난 제품이다. 김치찌개라는 음식이 뭘 더 검증을 할까? 한국 사람에게 한정식집의 기본 정식이라는 메뉴의 가격대비 무난함이라는 측면을 뭐하러 더 검증을 할까? 이것은 그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김치찌개라는 메뉴나 한정식집의 백반정식이라는 메뉴 자체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듯이 하베스라는 스피커도 버전이 바뀔 때마다 소폭 음질이 바뀌고는 있지만, 큰 틀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는 않는다. 그게 바뀌면 애플이 삼성이 되거나 LG가 되는 것이라고 해야겠죠. 애플이 삼성이 될까?
검증은 끝났지만, 그 검증 결과가 개인에 따라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것 같다.
이 세상에 미켈란젤로나 반 고흐나 바흐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큰 틀에서의 검증이야 끝났지만, 개인에 따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가 있을 따름이다.
누가 동남아 여행을 가면서 덥지 않고 선선하고 시원해서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나?

▲ Harbeth Monitor 20.1
개인적으로 하베스라는 브랜드를 상당히 좋아하고 Compact7 만으로도 좋은 음질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본적도 있고, HL5도 마찬가지고, Monitor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Monitor20 이라는 스피커도 있었고 요즘은 P3ESR 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Monitor30.1 이나 Monitor30.2 도 인기가 좋다. 모든 제품들을 다 사용해 봤고, 제가 사용해본 스피커들 중에서도 애착을 갖고 여러가지 매칭을 해본 스피커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베스 스피커가 내는 음질은 선명해서 좋은 음질은 아니다. 단순히 선명한 음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면, 그 느낌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한식을 먹을 것이 아니라 캐첩이나 사이다를 곁들인 음식을 먹어야 할것이다.
물론, 오디오의 음질 영역에서 선명함이나 투명함이라는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체 음악성을 결정하는데 그렇게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를 결정하는데는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디오 평론가나 리뷰어들도 절대로 하베스가 음이 선명해서 좋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답답한 음질의 스피커도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리뷰 자료를 참고하더라도 누가 하베스 음이 선명한 것이 매력이라고 해서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선명한 것이 매력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 하베스 스피커를 구입하면서 선명해서 좋을 것이라고 기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마치 동남아시아 가면서 선선하고 시원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디오 리뷰어나 평론가 입장에서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다. 제품간의 성향을 분명하게 분류를 해서 명확하게 설명함으로 제품 선택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베스는 전통적인 디자인에 전통적인 음의 미덕을 가능한 유지하려는 스피커입니다. 가능한 감성적이고도 근사한 통울림을 과도하게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매끄러우면서도 풍윤한 음을 내주는 스피커입니다. 특히 Compact7 과 HL5 라인업이 그런 성향이고, Monitor 라는 이름의 라인업은 좀 더 모니터적이 성향이어서 좀 더 깔끔하고 준민하고 정확한 음을 내줍니다. 그래서 같은 하베스 스피커들끼리도 HL5 나 Compact7 을 좋아하는 분들과 반대로 Monitor30.1 같은 스피커를 좋아하는 분들이 극면하게 나뉩니다. 같은 하베스라도 음색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일찍이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베스 이야기를 할때마다 강조해왔었는데 그걸 고려해서 매칭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 하베스는 전통적인, 트레디셔널한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스피커다. (이미지출처 : SPITFIRE AUDIO Harbeth Loudspeakers Factory visitor)
단점이 있어도 좋은 음질일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음질은 한가지 성향의 음질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디오에 경험이 많은 사람과 오디오를 처음 구입하게 되는 소비자 입장에서 글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다 보면 오해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오디오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좋은 음질의 방향성과 색깔을 여러가지로 보고 누리지만, 오디오에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일수록 좋은 음질을 하나의 기준으로만 정립을 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매운 음식 중에도 맛있는 음식이 있을 수 있고 단맛 음식 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이 있을 수 있고, 짠 음식 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음질에 대해서는 오로지 좋은 음질의 기준을 하나로만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하베스보다 폴크오디오가 월등히 좋다고 하면 그 사람 취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다름 사람의 취향이나 조건에서는 당연히 또 하베스가 좋을 수도 있는 것인데, 많은 수의 네티즌과 소비자들은 누구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이런 글을 보면서 정말로 하베스 스피커를 구입하면 호구 인증하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저처럼 하베스 스피커 추천했던 사람을 믿어서는 안되는 사기꾼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는 것이다.
하베스가 별로인 것이 아니다.
쓴이와 그 지인들은 그냥 하베스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 스피커 매칭에 정답이라는게 있을까? 인과 성향이 맞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다른사람에게도 좋지 않을까?
이것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글쓴이는 그냥 하베스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종종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치 한사람의 발언이 최종 결과이거나 최종 진실인양 호도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마치 절대적으로 신뢰하거나 참고해야 되는 정보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견해이거나 중립적인 평가라기 보다는 그저 그 개인 자체의 취향이 해당 제품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떻게 술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다양한 술의 맛이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량이 많지는 않더라도 술을 즐길 줄은 알아야 되는 것이고, 최소한 그 존재를 싫어하지는 않아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남들이 좋다는 말을 듣고 영국 버버리의 클래식 체크 무늬 코트를 샀어도, 구매자 입장에서 암만 그 옷이 클래식 명품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형형색색 아웃도어 등산복이 더 마음에 든다면, 클래식 버버리 코트를 어떻게 평가를 할까? 평가라기 보다는 그냥 싫은거다.
사실 단순히 선명한 소리라는 것은 훨씬 더 저렴한 미니컴포넌트용 스피커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인데, 그런 단조로운 선명함만으로 음질을 평가한다면 뭐하러 거기에 통울림의 매력을 근사하게 들려주고 감미로움과 풍윤하면서도 매끄러운 중음과 저음의 울림으로 근사하게 공간의 온기감과 무드감을 형성해 주는 하베스를 끼워넣어서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하베스가 선명함만으로 사용하는 스피커라고 이야기 한적이 없는데, 뭔가 마치 배신당한 것 같은 뉘앙스의 반응도 조금은 아쉽기는 하다.
과연 하베스의 진정한 음질적 매력은 무엇인가?

▲ 하베스의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 수학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 정확한 음은 사실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
(이미지출처 : SPITFIRE AUDIO Harbeth Loudspeakers Factory visitor)
방금 윗글에서 통울림의 매력을 근사하게 들려주고 감미로움과 풍윤하면서도 매끄러운 중음과 저음의 울림으로 근사하게 공간의 온기감과 무드감을 형성해 주는 스피커라고 소개했다. 정확하게는 이것은 Compact7 이나 HL5 의 성향이다. Monitor30.1 이나 그 전후 모델은 성향이 꽤 다르다고 설명하는 편이다.
하베스 스피커는 BBC 방송국 모니터 스피커 납품 사례로 유명하지만, 엄밀하게는 Monitor20 이나 Monitor30 라인은 모니터적인 음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스피커라고 할 수 있지만, Compact7 이나 HL5 라인은 엄밀하게는 모니터적인 음을 내는 스피커는 아니다. 오히려 요즘 기준으로는 모니터적인 정확한 음과는 거리가 먼 음을 내는 스피커인 셈인데, 그래서 나는 그 스피커들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왜냐면 정확하고 반듯한 음을 내려는 스피커들은 아주 많고 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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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음?? 별로 매력 없다.

정말로 정확한 음에 관심이 있다면 PRO AUDIO 시장에서 판매되는 정말로 근본 목적이 음질 모니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니터링 스피커들이 있다. 그걸 사용하면 오히려 가격도 훨씬 저렴하면서 훨씬 정확하고 반듯한 소리가 나온다. 정확한 음 뿐만 아니라 선명하게 잘 들리는 음이 우선이라면 그 또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선명한 음만 나온다고 해서 음질 차체가 매력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명한 음만으로 무조건 칭찬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엄밀하게는 하베스같은 스피커는 정확한 음을 듣기 위해 사용하는 스피커가 아닌 것이다.
프로오디오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니터링 스피커를 사용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훨씬 더 반듯하고 왜곡 없고 정확한 음을 들을 수 있는데 뭐하러 2~3배가 넘는 돈을 들여서 전혀 현대적인 의미에서 정확한 음과는 거리가 먼 스피커가 마치 정확한 음을 내는 것처럼 오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을 바로 해야 된다.

이렇게 네모난 디자인에 나무로만 만들어진 스피커들은 현대적인 기준으로 정확한 음을 내기에는 매우 불리한 방식이다. 외국의 글로벌 메이져 스피커 제작사의 관계자들을 만나서 왜 그들은 클래시컬한 디자인의 스피커를 만들지 않고, 알루미늄을 활용하거나 스피커 디자인을 곡선형으로 만들거나 무겁게 만드냐고 물어보면 그래야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바꿔서 말하자면, 통울림이 있는 네모난 나무 디자인은 전혀 정확한 음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마치 이렇게 정확하지 않다는 말을 강조하면, 초보자의 경우는 마치 이 스피커가 잘못 만들어진 스피커이거나 구입하면 안되는 스피커인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니다.
취미를 왜 하는가?
취미에 왜 큰 돈을 들이는가?
바꿔서 말하자면, 정확하다는 것은 평가절하하고 폄훼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들은 취미 생활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큰 돈을 들이면서 일종의 일탈을 하기 위해 큰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우리가 왜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더 많은 돈을 쓰는가? 반듯하고 정확한 영양분과 비율로 만들어진 정확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그냥 급식이나 품질 좋은 도시락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더 돈을 들이는 이유는 뭔가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서인 것이다.
우리가 왜 소설이나 수필집을 사서 읽는가? 지극히 반듯하고 정확한 것이 좋다면 교과서나 법전같은걸 읽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왜 큰돈을 들여서 알듯 모를듯 한 그림들을 구입하는가? 정확한 그림이 좋다면 반 고흐나 모네나 르느와르나 클림트같은 사람들이 그린 그림보다 공공업체에서 제작한 포스터가 더 정확하고 반듯하게 잘 그려진 그림인 셈이다.
바꿔서 말하자면, 정확하다는 것은 평가절하하고 폄훼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들은 취미 생활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큰 돈을 들이면서 일종의 일탈을 하기 위해 큰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우리가 왜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더 많은 돈을 쓰는가? 반듯하고 정확한 영양분과 비율로 만들어진 정확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그냥 급식이나 품질 좋은 도시락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더 돈을 들이는 이유는 뭔가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서인 것이다.
우리가 왜 소설이나 수필집을 사서 읽는가? 지극히 반듯하고 정확한 것이 좋다면 교과서나 법전같은걸 읽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왜 큰돈을 들여서 알듯 모를듯 한 그림들을 구입하는가? 정확한 그림이 좋다면 반 고흐나 모네나 르느와르나 클림트같은 사람들이 그린 그림보다 공공업체에서 제작한 포스터가 더 정확하고 반듯하게 잘 그려진 그림인 셈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오디오에도 적용하면 약간의 어패가 있을 수는 있다. 왜냐하면, 음악에서 연주 자체는 굳이 정확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녹음된 소스는 정확하게 재생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모두 정확하게 전달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음질이라는 것도 꼭 정확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자면, 트랜지스터나 IC회로보다 왜곡율이 10배에서 100배까지 더 높은 진공관 앰프는 왜 쓰는가?
정확한 음이라는 것은 말 자체는 좋은 의미이지만, 정확한 음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뭔가 음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치 가수 남진이나 이미자가 노래를 부르면서 반에 반박자정도 악보와 다르게 부른다고 오디션 우승자보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폄훼할 것인가?
정확하지 않거나 중립적이지 않더라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 아무런 특징이 없는, 이른바 '무난한' 소리가 단점이자 동시에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미지출처 : SPITFIRE AUDIO Harbeth Loudspeakers Factory visitor)
우리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 조금 덜 정확한 것이 오히려 더 예술적이고 더 감성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는 당연히 그 매력을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하게 된다.
마치 잘 그려진 수채화를 보면서, '이건 심각하게 정확하지 않은 그림이야!!" 라고 외치면서 포스터처럼 반듯반듯한 그림이 되도록 이미 다 그려진 수채화에 덧칠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음색의 매력 포인트나 매칭 포인트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류의 스피커를 사용할 때는 그 특유의 매력적인 음질을 듣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그 제품을 연결해서 청음했다고 해서 다 청음한 것이 아닌 셈이다.
전라도 여행을 가서 아웃백 패밀리 레스토랑을 다녀오거나 빅맥을 먹고 왔다면, 어떻게 전라도 음식을 먹었다고 하겠나??
그 대상 자체를 취향상 싫어할 수는 있다. 그건 그다지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다른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사용해 보지 못한 것과 별로 차이가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베스는 40년 전, 영국 BBC 방송국 클래식 방송에서의 정확하고도 기준적인 음질을 추구하고 계승하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는 통울림이 있는 하베스 Compact7 이나 HL5 같은 성향이 모니터적인 성향이었다. 그렇게 통울림이 있는 것이 더 음악적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모니터적이라는 말은 기준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 영국의 BBC 방송국의 클래식 녹음과 모니터링 및 방송을 위해 사용된 스피커인 셈인데, 당시에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클래식 관계자 및 연주자들이 생각하기에 이러한 음질이 그 당시의 클래식 재생에 대한 일종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스피커인 것이다.
그리고 소위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브랜드들은 그 당시의 그러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후대에게까지 가능한 그대로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스피커가 바로 BBC 모니터 스피커인 것이다.
21세기인 현재는 그보다 훨씬 더 정확한 음을 내는 스피커가 많아졌지만, 수많은 클래식 명반과 재즈 명반이 제작되었던 그 당시에 각종 연주자들과 녹음 기술자, 방송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당시의 좋은 음질이라는 것을 오래도록 계승하려는 음질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위한 스피커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반듯하고 균형잡힌 음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반듯하지않고 균형잡히지 않으면서 매력적일 수 있는 음이 더 매력적이다

오디오 관련 글을 직업적으로 작성하는 사람 중에 음질이 정확하지 않거나 왜곡이 있어도 된다고 공개적 발언을 이정도로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수천만원대 스피커를 소개하면서 원음에 충실하다거나 정확한 음이라고도 하는데, 과연 70~80년대 명반을 제작하던 녹음 기술자들이나 그것을 방송하던 음악 방송 관계자나 연주자들은 요즘의 5천만원 혹은 1억을 호가하는 스피커들의 음질은 원음에 가깝다고 했을까?
당연히 좋은 음질이지만, 마음에 드는 음질이거나 좋은 음질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인 것이지, 내가 마음에 드는 음질이라고 해서 정확한 음이라고 생각하고 원음에 가까운 음이라고 당위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내가 맛있어 하는 음식은 조리료도 없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조미료가 더 많이 사용된 음식을 더 맛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더라는 것이다.
말 자체는 보기 좋은 느낌으로 어머니의 집밥같은 음식이 제일 좋다고 말들은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솔직한 이야기로 어머니의 집밥보다 그냥 식당 밥이 더 맛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바꿔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어머니의 집밥은 최소 15년 전, 혹은 20~30년 전의 맛을 의미한다. 하베스의 Compact7 이나 HL5 같은 성향의 음이 오히려 모니터적인 음이라고 인정받던 시기도 30년 전 일이다.
그런데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이나 뷔페 음식만 좋아하는 분들이 어떻게 70~80년대 당시의 맛과 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음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2편에 계속..

원문출처 : 풀레인지( 링크 )